북한과 미국의 대결전에서 북한의 승세가 점점 수면 위로 드러나자 이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수구 진영은 점점 공황 상태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이 천하제일이라고 생각하고 철저히 의존하고 있었는데 미국도 별 수 없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니 믿음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것입니다. 친미 세력에게는 하늘이 놀라고 땅이 흔들릴 일이죠.

 

멘붕 상태에 빠진 이들이 뒤늦게 현실을 하나씩 인정하고 있는 가운데 눈에 띄는 칼럼이 있어 함께 음미합니다. 대표적인 수구 진영의 신문인 <조선일보> 201335일자 김대중 칼럼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특별할 것 없는 내용입니다. 다만 이런 내용이 수구 진영에서 적나라하게 나온다는 점에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쓸데없는 부분은 생략하고 필요한 내용만 옮기고 해석을 붙이겠습니다. 파란 글자가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의 글을 인용한 부분입니다.

(원문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3/04/2013030402819.html )

 

북핵(北核)은 이제 천하무적(天下無敵)이다. 지난 2123차 핵실험 이후 북핵은 세계의 누구도 멈출 수 없고 누구도 대항할 수 없는 '막가파'() 존재로 변모했다. 핵무기의 위력이 커서가 아니라 핵으로 가는 길을 막을 도리가 없어서다.

 

천하무적’ ‘누구도 대항할 수 없는이라는 표현은 현실을 직시한 고백입니다. 그동안 북한이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대수롭지 않다’ ‘별 거 아니다’ ‘실패다라고 치부해 온 것이 수구 세력의 입장이었는데 이제 더는 그럴 수 없게 됐습니다.

 

미국과 오바마는 속수무책이다. 달래도 보고 협박도 해보고 돈줄을 막아도 봤다. 북핵은 그래도 '(go)'였다. 중국이 말리면 말을 듣지 싶었다. 그런데 중국은 체면상 말리는 척했을 뿐 큰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설혹 중국이 화를 낸대도 북한은 말을 들을 자세가 아니다. 그동안 비켜 서 있는 듯했던 러시아까지 "사태를 더 악화시키지 말자"며 참견하고 나섰다. 미국은 대북(對北) 제재보다 자기들이 판매(?)하고 있는 미사일방어체제(MD)의 시장성(市場性)에 더 마음이 있는 듯하다. 북핵의 직접적 목표가 미국이 아니라는 속내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역시 세계적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중국이 북한을 길들일 수 있다느니 미국이 나서서 제재해야 한다느니 하는 말을 더는 반복할 수 없습니다. 중국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는 북한입니다. 중국이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평양에 특사로 파견한다고 했을 때 오지 마라고 거부한 것이 그러한 사례에 속합니다.

 

미국은 무기 팔 생각이나 하고 있다는 인식은 반은 맞지만 온전한 이해는 아닙니다. 실은 자신들의 안위가 걱정되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미국도 알죠. 그래서 상당히 조심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한미합동군사훈련도 예전처럼 호들갑스럽게 못합니다. 자칫하면 전쟁으로 비화되고 그러면 미국 본토가 무사치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알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제재가 이뤄지면 미국은 '비참한 파괴'에 직면할 것이라는 북한의 협박이 주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국이 단골로 거론하고 있는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러시아가 새로 꺼낸 '협상이 유일한 선택' 등은 국제사회가 북핵을 더 이상 건드리지 말자는 암묵적 의사 표시다. 그나마 안보리 의장국이 3월 들어 한국에서 러시아로 넘어간 마당에 안보리의 어떤 '조치'는 물 건너간 셈이다.

 

역시 잘 파악하고 있군요. 미국은 북한이 두려워 대응을 못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도 건드리지 말자는 쪽으로 방향이 잡혀 가고 있습니다.

 

그러면 북핵의 직접적이고 전면적인 타깃인 한국은 무슨 독자적 대책이라도 있는가? 한마디로 한국도 속수무책이다. 그저 믿느니 미국이고, 혹시나 기대하는 곳이 중국인데 그들이 속수무책이니 한국은 주저앉아서 한숨만 쉴 뿐이다.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서 여전히 '태도를 바꾸면 도와주겠다'는 식의 대북 수사(修辭·레토릭)를 연발하고 있지만 과거에도 수없이 해본 '흘러간 옛 노래' 이상의 효과는 없다.

 

한국은 속수무책이라는 지적 역시 제대로 짚은 것입니다. 정부가 하는 대북 발언은 효과가 없다는 지적 역시 늦었지만 솔직한 고백입니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북한이 올바른 선택으로 변화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우리는 좀 더 유연하게 접근할 것"이라며 "북한이 '신뢰의 길'로 나오기 바란다"고 대화 여지를 남겼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엔 안보리의 제재는 흐지부지되는 쪽으로 가고 있고, 대화는 북핵을 인정하는 전제하에 하자는 것이고 보면, 한국은 결국 외통수에 빠져있는 상태다.

 

한국이 외통수에 빠져 있다는 진단 역시 옳은 시각입니다. 제가 어쩌다 이렇게 조선일보 칼럼에 맞장구를 치고 있는지 참으로 격세지감입니다. 북한의 위상을 이제는 더 이상 숨길 수 없으니 수구 진영에서도 일부를 솔직히 고백하는 것이죠. 그러나 이런 객관적인 사실 이외의 내용에서는 여전히 삐딱한 시각이 섞여 있습니다. 조선일보의 한계죠. 앞서 언급했듯이 그런 쓸데없는 부분은 굳이 인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경우 우리의 선택은 정말 비참해진다. 북핵과 더불어 사는 것이 첫째 옵션이다, 말이 '더불어'이지 굴복해 사는 것이다. 저들이 하라는 대로 하고 달라는 대로 주며 사는 것이다. 다른 옵션은 북과 대결하는 길로 나서는 것이다. 그것이 자체적인 핵 개발일지, 김정은 정권의 붕괴 즉 '레짐 체인지'를 겨냥한 공작일지는 국민적 합의와 지도자의 결단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누군가는 북의 핵무기를 없애는 것보다 북한 정권을 바꾸는 것이 수월하다고 했다.

 

미래를 나름대로 진단했는데, 역시 한계가 있습니다. 굴복이냐 대결이냐의 두 갈래 길로 나누고 있는데 이들의 눈에는 공생과 상생의 길이 안 보이는 모양입니다. 하긴 상생의 길은 이들이 앞장서서 막아 왔으니 그럴 법도 합니다. 6.1510.4 선언 개무시하고 퍼주기 타령만 해 왔으니 말이죠. 함께 살 길을 자기들이 차 버리고 이제 와서 김대중 노무현의 길이 정답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죽기보다도 싫을 것입니다. 이해합니다.

 

, 핵 개발과 레짐 체인지, 즉 북한 정권 붕괴를 언급하고 있는데 둘 다 불가능한 일임을 모르고 하는 얘긴지, 아니면 객기로 한번 해 보는 얘긴지, 아마 후자로 보입니다. 멘붕 상태에서는 무슨 말을 못 하겠습니까?

 

지금 박근혜 정부와 미국과의 갈등은 핵 개발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음을 주시할 필요가 있지요. 다시 말해서 핵 개발에 나선다는 것은 반미 대결까지 염두에 두지 않고는 추진할 수 없는 일이라는 점입니다. 북한 정권 붕괴는 미국이 이라크처럼 북한을 침략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죠. 북한을 천하무적이라고 자기 입으로 얘기해 놓고도 이런 소릴 하니 앞뒤가 안 맞는 것입니다. 공황 상태에서는 이러는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도 믿을 수 없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더 이상의 말장난과 허망한 기대로 북쪽에 시간을 보태며 허송세월할 수 없다.

 

맞습니다. 냉정해져야죠.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얘기는 곧 미국을 염두에 둔 말이겠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생각도 들 것입니다. 미국은 미적미적 뒤로 빠지고 있으니까요. ,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고도 했고, ‘허송세월할 수 없다고 도 했는데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주장이 없지요. 멘붕 상태에서 대안이 없는 것이죠. 아마 앞서 얘기한 굴복과 대결을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는 뜻으로 여겨집니다.

 

이들이 아무런 대안도 없이 우왕좌왕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미국의 막강한 힘을 믿었고 북한은 반드시 붕괴된다는 신념에 차 있었는데 결과가 그 반대로 나타나니 혼란에 빠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황첨심환으로 놀란 가슴을 달래야 할 것입니다. 진짜 놀랄 일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의 길은 남과 북이 상생하고 미국과의 대결도 완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습니다. 친미 세력들이 화해와 협력의 길 다 망쳐 놓은 후과가 오늘 이렇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 참 걱정됩니다. 미국과의 갈등도 있는 데다가 북한에 대해서 이명박의 길을 계속 유지한다면 대한민국의 안위를 보장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혹한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듯이, 먹구름 뒤에 태양이 비치듯 모쪼록 이 위기를 잘 극복하고 평화롭게 통일시대를 열었으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Posted by PoetT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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