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처럼 한순간에 사그라들 대결 분위기

겉으로 보기에는 북코리아와 미국이 팽팽하게 겨루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물밑을 보면 사뭇 다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죠.

삼동(三冬)의 얼음장 밑으로 피라미며 쉬리들이 오가는 것처럼 북과 미 사이에는 협상의 물밑 작업이 오가고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덧 봄이 와서 세상 천지에 꽃이 만발하는 것이죠.

2월 21일자 월 스트리트 저널 기사에서도 그런 징후를 읽을 수 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최근 북한이 핵폭탄 시험을 하기 며칠 전,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 전쟁을 공식적으로 종결짓는 회담을 개최하는 데 비밀리에 합의했다"고 합니다.

관련 기사(영문) : http://www.wsj.com/articles/u-s-agreed-to-north-korea-peace-talks-1456076019

미국 측은 북의 핵무기 프로그램도 의제에 올리자고 했으나 북은 이를 거부하고 곧바로 핵무기 시험과 위성 발사를 진행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관하여 미국의 국무부와 관계자들은 예전부터 취해 오던 미국의 입장과 다를 바 없다고 얼버무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숨어 있는 정세의 흐름을 분석해 볼 때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두 손 든 미국 : 미국은 이미 북에 대해 두 손 들었습니다. 한국 전쟁을 공식적으로 종료한다(formally end the Korean War)는 것은 곧 평화협정으로 이어지는 조치일 수밖에 없습니다. 북에서 오래 전부터 줄기차게 주장해 온 것이죠.

2. 북의 자신감 : 북의 핵무기 축소를 함께 논의하자는 미국 측의 입장을 단박에 거절하고 곧바로 핵시험과 위성 발사로 직행한 것은 북의 자신감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미국의 눈치를 볼 일도 없고 꿀릴 것도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북을 제어할 유일한 힘이 미국이었는데 이제 미국도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3.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북의 무기 체계 :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 보자면 1) 핵탄두를 장착하여 미국 본토로 날릴 수 있는 ICBM, 2) 바다로 잠입하여 불시에 핵무기를 쏘아올릴 수 있는 SLBM이 있고요,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무기로 3) FOBS(부분 궤도 폭격 체계)가 있습니다. 이는 위성에 장착된 핵무기를 지상에 내리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얼추 맞습니다. 4) 모든 전기 체계와 컴퓨터를 일시에 마비시키는 EMP도 있지요.

4. 북을 제압할 수 없는 미국 : 미국은 북을 직접 제압할 수 없습니다. 본토가 핵공격을 받을 것을 뻔히 알면서 북을 공격할 바보는 없을 것입니다. 북이 미국의 요구를 걷어차고 곧바로 핵시험과 위성 발사를 단행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5. 눈 녹듯 사라질 대결 분위기 : 미국이 북을 제압할 수 없는 이상 평화협정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쿠바와 관계를 정상화하고 이란과도 화친을 맺은 것처럼 북과도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 제일의 패권을 누려 온 미국이 일거에 손을 들 수는 없을 것입니다. 세계 앞에서 쪽팔릴 일이니까요. 따라서 어느 정도 체면치레는 해야 합니다. 당분간 북을 응징하는 것처럼 헐리우드 액션을 취하게 되죠. 그러나 때가 되면 봄은 금방 옵니다. 봄을 고대하는 마음으로 흔들림 없이 엄혹한 시절을 견뎌야 합니다.

(2016. 2. 22. 송전탑)

Posted by PoetT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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