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성, 철추인가 위성인가]
북의 위성 광명성 4호가 우주 궤도에 진입했다. 북의 우주과학 기술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렇듯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 어렵게 되자 일각에서는 북의 의도를 불순하게 몰아서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는 미국의 관점이 반영된 결과다.
북과 대결하고 있는 미국의 관점에서 보면 북의 위성 발사 성공은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위성이라고 적극 인정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군사무기라고 우길 수도 없다.
첫째, 북이 주장하는 대로 위성이라고 인정하면 아무런 제재 방법이 없게 된다. 평화적인 우주 개발을 막을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북이 마음껏 우주 개발을 하도록 인정하고 허용하는 길밖에 없게 된다.
둘째, 그렇다고 군사무기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렇게 될 경우 북의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이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위성 대신 핵탄두가 실려 있고 그것이 대기권으로 재진입하여 미국 본토에 떨어지면 미국은 재앙을 맞게 된다. 이런 사실이 낱낱이 알려질 경우 그렇지 않아도 휘청거리는 미국의 패권은 낭떠러지로 추락하게 된다.
이 상황에서 미국이 택하는 길은 두 가지다.
첫째, 일이 커지지 않도록 슬슬 피하면서 시간을 끄는 것이다. 이를 '전략적 인내'라고 한다. '전략적 인내'라고 하면 무슨 전략이 있어서 일부러 북을 내버려 두는 것처럼 보이는데 까놓고 말해서 미국이 대응할 능력이 달리 없다는 말이다.
둘째, 상황을 이용하여 아시아에서 자기 이익을 최대한 뽑아먹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남한에 빨대를 더욱 깊이 들이대고 무기를 팔아먹는 것이니 사드 배치 논의도 그 고리에 꿰어 있다. 전략적으로는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여 패권을 강화하고자 시도하는 것으로,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서둘러 해결하려는 것도 그러한 노력의 하나다.
이래저래 결과는 마찬가지다. 길게 보아 북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세계 질서를 재편하게 된다. 그 과정이 급하냐 완만하냐 하는 문제만 남아 있다. 급진적 길의 끝에는 전쟁이 있고, 완만한 길의 끝에는 평화협정이 있다. 그 중간에는 소규모 힘겨루기를 통한 판정승 정도가 있을 수 있다.
광명성이 미국의 뒤통수를 갈기는 철추가 될 것인지, 지구를 탐사하는 과학기술 위성이 될 것인지는 미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어떤 길로 가든지 광명성의 우주 진입은 단순히 과학 기술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국제질서의 흐름을 바꿔 놓는 세계사적 의미가 될것이다. (2016. 2. 7.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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