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제3차 세계대전

 

지창영

 

나는 소설가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집필하게 된 데는 까닭이 있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함이다. 2년 전만 해도 내가 이런 메시지를 전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는지는 차차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다. 앞뒤 맥락 없이 천기를 누설하면 화를 입게 된다.


지금부터 써 나가는 이야기는 소설이다. 현실과는 무관한 가상의 일이라는 뜻이다. 물론 현실을 참고한 것은 사실이다. 소설에서 얼마든지 있는 일이다.

 

대리전

 

2011년 10월 28일,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한국의 김관진 국방장관과 미국의 리언 파네타 국방장관이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제43차 한미안보협의회 결과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응하는 공동작전계획을 내년 초에 완성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도 섞여 있다. 북한이 국지도발을 감행하면 한국군이 주도적으로 작전을 펼치고 미국은 주한미군 전력뿐만 아니라 주일미군, 태평양군사령부 소속 전력까지 지원한다는 내용에 이르러 눈살이 찌푸려진다.


‘결국 대리전쟁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군.’ 커피 한 모금 마시며 쓴웃음을 지었다. 한국군이 주도적으로 작전을 펼친다는 것은 대리전을 살짝 포장한 표현이 아닌가. 결국 오래 전부터 준비해 오던 계획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지는 요즘이다.


미국은 북한과 맞붙어 싸우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핵무기를 보유한 데다가 미국 본토까지 날아가는 미사일을 가진 나라를 건드리기는 부담스러운 것이다. 대리전이야말로 미국이 한 발 뒤로 물러나서 전쟁을 치를 수 있는 나름의 묘안이다. 미국 본토가 전장이 되지 않으면서도 북한을 공격하기 위한 꼼수인 것이다.


그렇다면 한반도는 어떻게 되는가. 생각은 곧바로 여기에 이르렀고, 그럴 때마다 절로 나오는 혼잣말, “씨발!”


무심코 커피잔을 들 때 커피가 아직 남아 있을까 하는 의문이 스친다. 딱 한 모금 남아 있다. 이럴 때 감사하는 마음이 들도록 나는 오래 전부터 훈련해 왔다. 커피가 한 방울도 남아 있지 않은 것보다는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지금 있는 것을 즐길 줄 알아야 삶은 참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도 의식적으로 훈련한 덕택이다.


최근 4년을 보내면서 인내심이 많이도 늘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오늘은 FTA를 반대하는 시위가 여의도에서 열리고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에 협상한 내용들이 대폭 변질되어 미국에 유리하게 된 것만은 확실해 보이는데 문제는 그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국회 비준을 밀어붙이려 하는 정부의 태도다.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어떤 독소조항이 있는지 모르면서 어떻게 비준을 한단 말인가.


TV에서는 FTA 반대 시위 소식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고 오히려 FTA를 홍보하는 영상만 보인다.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가 소통의 통로가 된 지 오래다. 시위대는 추운 날씨에 물대포를 맞으며 저항하고 있다. 방패에 맞아 쓰러지고 경찰에 질질 끌려가면서 외치고 있다. 노랗게 빨갛게 단풍 든 여의도의 가로수들도 오늘만큼은 우울한 대한민국의 자화상으로 보인다. 멍든 자국으로 보인다.


오래 전에 끊은 담배 생각이 간절하다.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고 파헤치는 제주도 강정마을, 서해의 민감한 지역에서 계속되는 군사훈련, 한미 공조를 강조하며 북한이 도발하면 그 원점을 타격하겠다는 국방부의 공언이 먹구름처럼 머리 속을 어지럽힌다. 담배 대신 커피 한 잔을 더 마시기로 한다.

 

(2011.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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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oetT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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