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기사가 우리 곁을 지나쳤는데 시간이 없어 함께 음미하지 못하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유엔사를 해체하라"는 북한의 요구입니다. 지난 6월 21일 북한의 신선호 대사가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세계 언론이 주목하는 가운데 이런 주장을 했습니다.

 

(관련 기사 :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3/06/23/0200000000AKR20130623036600043.HTML?from=search )

 

세 가지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1. 미국에 대한 북한의 요구가 점점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북미 적대관계 해소 등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 온 사항들과 함께 유엔사 해체를 꼭 찍어 이슈화하고 있습니다. 유엔사를 해체하면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할 명분이 사리지죠.

 

미국은 이에 대해 답을 내놓아야 하는데 지금 어떤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얼마나 흘러야 할지는 모르지만 짐작으로는 7월이 가기 전에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와중에 큰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지요. 역시 대화냐 전쟁이냐의 문제입니다. 한반도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북미 대결이 종지부를 찍을 때까지...

 

2. 미국에 대한 북의 요구가 공개적으로 대담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북-미 사이에는 수많은 대결과 협상이 있어 왔습니다. 그러나 북은 이제 미국과의 협상을 접었습니다. 미국을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클린턴 말기만 해도 북미 사이에 특사가 오가면서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었는데 부시가 등장하여 악의 축이라 몰아붙이며 한순간에 손바닥을 뒤집은 사건은 익히 알려져 있는 일입니다. 북-미 사이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와 유사한 일들이 수없이 많았습니다.

 

북한은 이제 미국과의 협상 대신 양자택일을 요구합니다. 대화로 할래, 전쟁으로 할래?

 

그와 동시에 북한은 세계 무대에서 명분을 축적하고 있습니다. 협상의 자리에서 미국에게 요구하던 것들을 이제 공개리에 선언합니다.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서 세계에 선포합니다. "유엔사를 해체하라."

 

3. 미국에 대한 북의 요구에는 시한이 있습니다.

 

"미국이 조미적대관계를 청산할 의지가 있다면 정전 60돐이 되는 올해에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하고 우리가 오래전부터 제기한대로 우리와의 평화체제수립에 응해나와야 하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옳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기사 전문 :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3043 )

 

북한이 이렇듯 시한을 정해 놓은 것은 시한 안에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이는 역시 전쟁이냐, 평화냐의 문제입니다.

 

미국 내부에서도 두 종류의 세력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음을 전문가들은 짚어내고 있습니다. 북한과 대화로 해결하자는 세력과 그럴 수 없다는 세력이죠. 미국의 최종 선택에 따라 한반도는 운명이 갈립니다. 미국이 잘못된 선택을 할 경우 미국 본토 또한 무사할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은 엄중한 시기에 국가 지도자는 평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남북간에 대화의 기회가 조금이라도 주어진다면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하고, 개성공단 핑계를 대서라도 북과 마주앉아야 하며, 설령 대화를 위한 대화라 하더라도 만나야 합니다. 6.15와 10.4 선언으로 회귀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북과 미 사이에 싸움을 말리고 흥정을 붙여야 합니다.

 

대화에 임하기도 전에 격을 따지고 회피하는 것은 우리에게 이익 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남북 정상간의 대화록 공개는 위험한 행동입니다. 세상에 어느 나라가 그같은 행동을 합니까? 대화 상대국의 양해도 없이... 그러면 신뢰를 잃게 됩니다. 박근혜의 신뢰 프로세스가 그런 것인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 북한의 비핵화를 끈질기게 주장하는 것은 대화를 하지 말자는 얘깁니다.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주장하면 대화는 애초에 안 됩니다. 북한이 요구하는 비핵화와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는 전혀 다릅니다. 미국은 '북한 너희만 핵을 없애면 된다'는 것이고, 북한은 '미국 너도 포함해서 세계가 함께 없애자'는 것입니다.

 

미국의 주장에 편승하여 북의 비핵화만 주장하는 것은 북-미 대결에서 흥정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미국 편을 드는 것입니다. 그 결과가 어찌 될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노릇이죠. 미국의 힘은 이제 다했습니다. 미국만 믿고 북을 자극하다가 6.25가 터지자 국민들 팽개치고 가장 먼저 도망간 이승만을 기억해야 할 때입니다.

 

이리 재고 저리 재 봐도 김대중, 노무현의 대북정책이 답입니다. 남북한 누구도 다치지 않고 평화롭게 공존하고 교류하다가 때가 무르익으면 그 때 가서 완전 통일을 이루는 것이 가장 현명한 길입니다. 이미 늦은 것은 아닌지...

Posted by PoetT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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