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다 읽었습니다. 파일을 첨부해 놓았으니 필요한 분은 내려받으시면 됩니다.
읽고 나서 드는 소회를 정리해 봅니다.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참담하다. 2) 감동적이다. 참담하다는 것은 문서 유출의 경위와 관련된 감정이고요, 감동적이라는 것은 문서의 내용과 관련된 소회입니다.
극비 문서의 노출을 봐야 하는 참담함
보안이 가장 중요한 문서가 이렇게까지 공개된 것을 보면서 참담하다는 생각이 아니 들 수 없었습니다. 회사간에도 비밀은 지키는 것이 기본인데, 남북 정상이 나눈 대화록이 이렇게 노출되는 것을 보면서 '이게 과연 나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사실로 드러나자 현 집권 세력은 이를 무마해 보려고 고인이 된 노무현 대통령을 또 다시 들먹이면서 소위 "NLL포기 발언"이란 것을 조작해 냈습니다. 진실 공방의 와중에 국정원은 대화록 전문을 공개하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자기들의 잘못을 덮고 국민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하여 정상간의 대화록을 버젓이 공개하는 나라, 이건 나라도 아닙니다. 이제 세상에 어느 나라 정상이 대한민국을 믿고 진지한 대화를 하겠습니까? 박근혜와 시진핑의 대화도 다 공개해야 하나요?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신뢰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요?
집권 세력의 다급함은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국정원이 개입해서 박근혜의 당선을 도왔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으니 말이죠. 국가 기강을 무너뜨린 사건이니 말이죠. 그렇다고 해서 정상간의 회의록을 깐다? 있을 수 없는 일을 저지른 것입니다. 한 줌도 안 되는 제놈들의 안위를 위하여 국가 안위는 팽개쳐 버릴 수 있는 자들입니다.
그런 것들이 이 나라를 타고 앉아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이 이 나라의 비극이요, 국민의 불행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라면 어땠을까요? 패배하는 한이 있더라도 국가 기관을 움직이는 일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럴 수 있는 소지를 없애기 위하여 집권하자마자 국정원을 정치에서 독립시키는 조치를 취했죠. 국정원장을 독대하지 않고 멀리 했고요, 정치보다는 국익을 위해 일하도록 했던 것입니다.
이런 지도자를, 그것도 고인이 된 분을 모함하는 천인공노할 짓을 버젓이 저지르는 자들이 이 나라의 정치와 외교를 만지작거리고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애국의 진실을 확인하는 감동
문서의 내용을 꼼꼼히 읽으면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저들은 노무현을 NLL을 포기한 매국노로 포장하려 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입니다. 문서에 담긴 진실을 읽으면서, 우리가 저런 대통령을 가졌었구나 하는 점에서 감동이 클 뿐입니다.
NLL을 포기한다는 내용은 눈을 씻고 다시 봐도 그 어디에도 없고요, 오히려 남북의 평화와 공동 번영, 공동의 경제 발전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 전체 모습이 그려집니다. 예정에 없는 시간을 만들면서까지 김정일을 끈질기게 설득하고 공동 번영을 주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진지하게 논의하는 가운데 간간이 유머가 넘치는 여유로운 정경이 두 정상간에 펼쳐지고요, 때로는 의견 차이로 가볍게 밀고 당기는 모습도 보이고, 대화 끝에 합의하는 흐뭇한 장면이 이어집니다.
내용만으로 보면 차라리 공개되기를 잘했다 싶은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흔치 않은 자료임에는 틀림없고요, NLL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두 정상이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지, 어떻게 미래를 구상해 나가는지도 읽을 수 있습니다.
우선 여기까지 소회를 밝히고, 구체적인 분석은 차후에 계속할 예정입니다. 다른 분들도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눈다면 의미가 더 깊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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