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전쟁

 

차창에 빗방울들이 이리저리 놀고 있다. 비는 구간에 따라 간간이 내리는 듯 마는 듯 하고 있다. 막히는 구간을 벗어나니 운전하는 맛이 난다. 가을 분위기가 제법 풍기는 계절이다. 빗방울들은 유리창에 자기들 멋대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늘어놓지만 와이퍼가 한 번씩 지날 때마다 깨끗이 정리되곤 한다.

 

인간 세상의 역사도 저렇게 정리되는 날이 있을까? 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 이야기처럼 한바탕 싹쓸이 하는 날이 정말 있었을까? 정말 있었다면 앞으로도 또 있을까? 지금은 사라진 마야 문명은 어떻게 된 것일까? 오래 전에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춘 마야인들이 만들어 놓은 달력은 2012년에서 그친다고 한다. 2012년에 역사가 끝난다는 이야길까? 3차 세계대전과 2012년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머리 속은 온통 2012라는 숫자가 차지하고 있다. 유리창에서 노니는 빗방울들마저 2012를 끊임 없이 그리는 듯하다. 북조선이 이야기하는 2012년 강성대국, 그리고 핵무기, 미국과의 일전……. 생각은 늘 이렇게 흐르다가 미로 속에서 엉키곤 한다.

 

지금 나는 그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나에게 3차 세계대전이라는 화두를 안겨 준 놈이다. 내가 이 소설을 쓰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다 그 놈 때문이다. 하여간 희한한 인연이다.

 

배일수. 초등학교 졸업 후 그 이름을 오래 잊고 있었다. 그를 다시 만난 것은 3년 전, 그러니까 졸업한 지 30년 만의 일이었다. 그를 만난 것도 우연이었지만 그 장소는 그야말로 뜻밖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서너 명의 친구들이 어울려 자주 찾던 동굴이 있다. 동네 어른들에 따르면 일제 때 금을 캐려고 뚫다가 중단한 굴이라고 했다. 내부는 온통 바위로 돼 있다. 처음 그 안으로 들어갈 때 여름날임에도 불구하고 오싹하던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다.

 

대낮인데도 어둠에 적응하면서 우리는 천천히 더듬어 들어갔다. 송진이 듬뿍 엉긴 소나무 옹이에 불을 붙여서 우리는 동굴 속을 천천히 전진했다. 배일수와 나를 포함하여 네 명이었다. 중간중간 멈칫한 적도 여러 번, 그만 뒤돌아 나가고 싶었으나 누구도 그렇게 말하진 않았다. 20여 미터에서 동굴은 끝이 나 있었다. 아무 일 없이 끝을 본 것에 안도하며 우리는 앞을 다투어 동굴을 빠져나왔다. 관솔불 그을음에 얼굴이며 콧구멍이 거뭇거뭇해져 우리는 서로 바라보며 잠시 웃음을 터뜨렸다.

 

2008년 여름, 나는 추억에 겨워 그 동굴을 혼자 찾아갔다. 동굴 앞에 서니 그 시절이 눈 앞에 삼삼했다.

 

“어이, 한세기!”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는 걸걸한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면서도 순간 낯익은 음성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뒤돌아 보니 어떤 청년이 건들건들 걸어오고 있었다. 검고 덥수룩한 머리, 그 아래로 거무스름한 얼굴, 실없이 웃는 입술 사이로 유난히 하얀 이가 눈에 확 들어왔다. 배일수, 그였다.

 

놀라움과 반가움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나에게 그가 어느덧 다가와 오른손을 들어 나의 왼쪽 어깨를 슬쩍 미는 동작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예전에 하던 동작 그대로였다. 그는 늘 그랬다. 30년 만에 만난 동창인데 마치 어제 만났던 듯 대수롭지 않은 인사법에 역시 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 기자 됐다매.”

 

나는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최대한 태연하고 천연스럽게 되물었다. 놀라워하면 지는 것이다.

 

“어떻게 알았어?”

 

“야임마, 앉아서 천리지.”

 

그러면서 그는 하늘을 한번 올려다 보았다. 그러는 사이 씨익 하고 웃음이 스쳐갔다. 하얀 이가 잠시 햇빛에 빛났다.

 

“야, 들어와.”

 

어, 하는 사이 그는 어느 새 동굴로 들어서고 있었다. 나는 자석에 끌리듯 발걸음을 옮겼다. 옛추억이나 더듬어 보자는 심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동굴에 들어서는 순간 갑자기 내부가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스위치에서 손을 떼고 있었다. 전깃불을 켠 것이었다. 전구는 약 4미터 간격으로 매달려 있었는데 그리 밝지는 않았지만 길을 비춰 주기에는 충분했다.

 

동굴 끝 부분에 이르자 장막 같은 것이 쳐져 있었다. 그가 먼저 장막을 걷고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따라 들어갔다. 그가 안에서 또 다른 스위치를 누르자 내부가 대낮처럼 밝아졌다. 바닥에는 양탄자가 깔려 있었다. 작은 앉은뱅이 책상 위에 낡은 책 몇 권이 쌓여 있고 구석에는 이부자리가 가지런히 개켜져 있었다. 꽤 아늑하고 차분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의 말투만은 분위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말끝마다 쌍시옷이 들어가는 예전의 말버릇 그대로였다.

 

“야, 너 여기서 사냐?”

 

“ㅆㅂ새꺄, 사는 장소가 그렇게 중요하냐?”

 

오랜만에 들어 보는 익숙한 말투에 나는 그저 웃음으로 화답했다. 말버릇은 그래도 악의는 전혀 없다.

 

이제 비는 더 오지 않을 모양이다. 언젠가부터 운전을 할 때는 송전탑들을 유심히 바라본다. 문명의 도시를 벗어나 들판으로 산으로 줄달음치는 송전탑. 노랗게 물들어 가는 들판을 가로질러 송전탑들은 붉게 변해 가는 산등성이로 치달리고 있다. ‘열한 시!’ 핸드폰이 정각을 알린다. 라디오를 켠다. 정각만 되면 뉴스를 듣는 버릇이 더 강해졌다.

 

<태국의 수도 방콕을 가로지는 강의 수위가 이르면 오늘 최고치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수도 방콕 전체가 비상인 가운데, 태국 정부의 홍수 방지대책을 둘러싼 혼선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여성 앵커의 목소리는 늘 차분하다. 그러나 그가 전하는 소식은 대개 차분함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시청자나 청취자도 대부분의 뉴스에 대수롭지 않게 반응한다. 그러나 뉴스의 현장에 있다면 사뭇 다를 것이다. 현지 특파원의 음성도 들려온다.

 

<제 뒤로 보이는 게 방콕을 가로지르는 짜오프라야 강인데요, 아침에 나와서 주위를 살펴 봤는데, 어제보다 강의 수위가 부쩍 높아졌습니다. … 강물의 범람도 범람이지만, 홍수가 몇 달 간 계속되며 강을 따라 설치된 86km의 방수벽도 많이 약해져 있는 상황입니다. 만약 방수벽이 붕괴되기라도 하면 방콕 전체가 물에 잠기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겨서 주민들은 배나 트럭을 타고 급히 대피소로 이동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이 됐습니다.>

 

태국은 며칠째 물난리에 정신이 없다. 7월 25일부터 중·북부 지역에서 계속된 대규모 홍수로 4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숨졌다. 태국 정부는 상류 지역에서 유입되는 강물을 배출하기 위해 도로를 파서 수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도로를 파헤치면 해당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겠으니 더 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인 모양이다. 주요 시설 보호를 위해 군병력 5만 명도 투입할 방침이라는 뉴스도 신문에서 보았다. 태국 정부가 방콕 외부로 피신할 것을 권고하여 현지인과 외국인들이 남부의 파타야 등으로 대거 빠져나갔다고 한다.

 

피난 행렬에게는 두 가지가 큰 문제로 된다. 이동과 식량이다. 대규모 피난 사태가 발생하면 도로는 차량으로 막힐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먹을 것과 물 또한 부족함 없이 공급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총성만 들리지 않을 뿐 전쟁이나 다름 없다.

 

요즘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재해는 대부분 이런 식이다. 정말 이런 사태가 전쟁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상일까? 후쿠시마 원전 파괴로 공포가 지속되고 있는 일본, 붙었다 하면 몇 주씩 계속되는 미국의 산불과 모래폭풍은? 터키의 강진은? 정말 이런 것들이 순수한 자연재해가 아니란 말인가? 그렇다면 정말 3차대전의 초입에 들어서 있다는 말인가? 아직은 믿기지 않는 일이다. 다른 자연재해가 그렇듯이 태국 상황도 진정이 되고 예전의 일상이 회복될 것이다. 정말 그럴까?

 

=========== 이상 4344(2011)년 10월 30일, 다음 편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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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찍은 시민은 잠수함 같다고 하고

군 당국은 어선으로 발표했습니다.

 

사진을 보고 각자 판단하시되 솔직한 표현은 삼가시기 바랍니다.

정권이 바뀌기 전까지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 위험합니다.

 

참고로 상기시켜 드립니다.

천안함과 관련하여 진실을 말하고 있는 신상철 씨는 지금 고소를 당해서 법정 싸움에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BBK와 관련하여 감히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정봉주 전 의원은 감옥에 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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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경포 앞바다 잠수정 추정물체 수색 소동(종합)

軍 "함정·항공기 동원 해상정찰 실시..특이사항 없어"

(서울·강릉=연합뉴스) 김호준 유형재 이재현 기자 = 강원 강릉시 경포 해변 인근 해상에서 2일 오전 잠수정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해군과 해경 등이 긴급 수색에 나섰다.

신고자 서모(39)씨는 "경포 해변에서 일출 사진을 촬영하던 중 이상한 물체가 목격됐다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서씨의 신고 직후 함정과 항공기 등을 긴급 투입한 수색을 실시했으나 특이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대잠함정과 해상초계기(PC-3), 링스헬기 등을 이용해 해상 정찰을 실시했으나 현재까지 특이 사항은 없다"며 "군과 해경이 지상과 해상에서 계속 수색, 정찰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오전 6시30분 한 관광객이 휴대전화로 찍은 물체가 잠수함과 유사하다는 내용으로 신고했고 해당 사진을 분석하고 있다"며 "진짜 잠수함인지에 대해 정보 분석하는 쪽에서는 다르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신고자는 해상 500m 앞에 이상 물체가 있는 것으로 신고했다"며 "신고를 받자마자 해상 정찰을 실시했으며 근해에 해군 함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2/10/02/0200000000AKR2012100206820004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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